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엄마와 아들 여행, 상처와 회복 ( 마음, 진심, 웃음)

by 하빛나 2025. 4. 5.
반응형

인생의 어느 시기나 인간관계는 어렵지만, 친구에게서 받은 상처는 더 깊게 남곤 합니다. 특히 20대 후반, 사회에 적응해 나가며 인간관계를 확장해 가는 시기엔 그 아픔이 더욱 예민하게 다가오죠. 오늘은 친구에게 상처 입은 27살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여행이 가진 치유의 힘을 나눠보려 합니다.

상처 입은 아들과 떠나는 여행에 관한 사진

혼자서 삭이던 아들의 마음, 여행으로 꺼내다

아들은 어느 날부터 무척 말수가 줄었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가 많고 활동적인 아이였기에 더더욱 눈에 띄었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했고, 어느 날 우연히 그가 친구와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믿고 의지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고, 그 아픔을 가족에게조차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이 더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제안을 했죠. “우리 잠깐 바람 쐬러 다녀올래?” 처음엔 “굳이?”라며 망설였지만, 결국 아들은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그 시간. 우리 둘 사이엔 작은 묵음과 따뜻한 공기가 흘렀고, 그건 새로운 시작이었어요. 여행은 어떤 대화보다 마음의 문을 여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특히 출발 당일, 차를 타고나서도 아들은 말이 없었습니다. 창밖을 멍하니 보던 그 눈빛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고, 그 모습을 보며 ‘아,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걸 더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그 침묵조차 이해하려 애쓰며, 저는 최대한 말없이 곁에 있어주기로 했습니다. 이 여행은 아들이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아무 말 없이 걸으며 나눈 진심, 자연이 준 위로

여행지로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을 택했습니다. 굳이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좋았어요. 오히려 사람 많지 않은 한적한 풍경이 아들에게 더 잘 맞겠다고 느꼈거든요.

첫날엔 그저 함께 걸었습니다. 모래사장을 걷고, 파도 소리를 듣고, 긴 말 대신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그런 시간이 흐르자 아들은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싶더라.” 그 한 마디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를 괴롭혀왔는지 느껴졌죠.

그 순간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조언이 아니라, 공감이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너 잘못 아니야.” 간단한 말이지만, 부모로서 온 마음을 담아 건넸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의 표정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걸 느꼈어요.

둘째 날 아침, 아들은 먼저 일어나 커피를 끓여주었고, 함께 테라스에 앉아 마주 앉았던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오길 잘했어.”라는 짧은 한마디가 가슴 깊이 박혔죠. 조용히 그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조용히 사람을 감싸줍니다. 그 조용한 힘이 있었기에, 아들은 스스로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저는 그런 아들의 곁을 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다시 피어난 웃음

여행의 마지막 날, 작은 전통시장에서 어묵 하나를 사 먹으며 아들이 웃었습니다. 그 웃음이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문득 울컥했어요. “이게 그렇게 맛있었나?”라는 말에 “아냐, 그냥... 기분이 괜찮아졌어.” 그 한 마디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들과의 여행은 특별한 일정을 소화한 것도 아니고, 멋진 명소를 돌아다닌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함께 걷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죠.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너무도 진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 예전엔 내가 혼자서도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번엔 진짜 많이 무너졌었나 봐. 이렇게 나와줘서 고마워.”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되찾는 전환점이 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의 여행이 모든 상처를 없애주진 않겠지만, ‘누군가 곁에 있다’는 믿음은 분명 아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거예요.

결론: 말보다 가까운 거리, 그 이름은 가족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골짜기를 지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받은 상처든, 인생의 불안함이든, 그 순간 곁에서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고비를 넘을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런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말보다 가까운 거리, 서로의 온기를 다시 확인한 이 여행은 아들에게도, 저에게도 오래도록 남을 기억이 되었어요.

여행 후 아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비록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이젠 조금 더 단단해진 눈빛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리고 때때로 “또 한 번 다녀올까?”라는 말을 꺼내기도 합니다. 그 말속엔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담겨 있겠죠.

혹시 지금 누군가의 상처를 마주하고 있다면, 말로 다가가기 어렵다면, 그저 함께 떠나보세요. 풍경 속에서, 바람 속에서, 마음은 어느새 열리고 서로를 향합니다.

반응형